“간장 분류는 간장과 유사간장으로 나눠야, 간장은 콩, 소금, 물로만 담은 것”
간장은 우리나라 음식에 빠지지 않는 천연 조미료 중 하나다. 삶은 콩을 발효시켜 메주로 만들고,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발효한 것이 한식간장이다. 현재 식약처의 식품공전 분류에 따르면 간장은 제조방법에 따라 한식간장, 양조간장, 산분해간장, 효소분해간장, 혼합간장으로 총 다섯 가지이다.
식품공전, 식품별 기준 및 규격 / 사진=식품의약품안전처
‘한식간장’의 시판제품 / 사진=가을향기 유기농 간장
‘양조간장’의 시판제품 / 사진=샘표 양조간장 501
‘혼합간장’의 시판제품 / 사진=샘표 진간장 금s
제조 과정에 따라 간장을 구분하는 것에는 많은 논란이 존재해왔다. 주된 내용은 소비자 중심이 아닌 제조자 중심의 분류를 과연 소비자가 어려움 없이 수용할 수 있는지,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산분해간장을 간장으로 볼 수 있는지에 대한 것이다.
이러한 분류 기준의 문제와 그 대안은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고은정 사단법인 간장협회 교육이사를 만나보았다.
“간장도 콩과 소금, 물 세 가지만 이용해서 발효시킨 것이 아니라면 나머지는 유사 간장 혹은 가공된 간장이라는 표현으로 바꾸는 게 맞습니다”
Q 식약처에 의하면 현재의 간장 종류는 총 5가지로 분류된다. 이러한 식품공전의 간장 분류는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요?
"단순히 예전부터 우리가 간장이라고 이야기했던 것들은 메주를 소금물에 담갔다가 우려낸 물, 검붉고 짠 액체, 그걸 간장이라고 하잖아요.
그런데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즉 식약처의 식품 공전 상 나와 있는 여러 가지 간장에는 우리 고유의 메주와 소금물만 가지고 만드는 간장만 있는 것이 아니에요. 메주에도 콩만 들어가는 게 아니라 콩과 밀 혹은 콩과 쌀이 같이 섞여 있고, 소금물, 그 외에 단맛이나 감칠맛을 위해 혹은 오래 보존하기 위해서 첨가물이 많이 들어간 거지요.
나는 그것들을 우리의 ‘간장’이라고 단언할 수 없을 것 같아요. 간장을 분류하려면 간장과 유사 간장으로 나누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거지요. 치즈도 그냥 치즈, 가공 치즈, 모조 치즈 등으로 나누잖아요. 간장도 콩과 소금, 물 세 가지만 이용해서 한 게 아니라면 나머지는 유사 간장 혹은 가공된 간장이라는 표현으로 바꾸면 좋겠어요."
“원재료에 콩, 정제수, 소금이라고 적혀 있는 간장을 구입하면 좋아요”
Q. 시판 간장 중에 유사 간장이 많다고 들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간장을 어떻게 구분하면 좋을지 간편한 간장 구분법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소비자 입장에서는 간장을 사서 쓰고 싶으면 원재료를 파악하는 게 중요합니다. 사려는 간장의 뒷면에 표시된 원재료에 콩, 정제수, 소금이라고 적혀 있는 것을 구입하면 좋아요. 사실 조금만 노력한다면 유사 간장들을 사용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맛있게 음식을 조리를 해 먹을 수 있거든요.
요즘의 현대인들은 가뜩이나 외식이나 배달음식을 통해 첨가물들이 많이 들어간 음식을 먹게 되는데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조차 첨가물로 범벅이 된 간장을 사서 먹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죠. 그런 간장들만 있는 것도 아니구요.
시중에 맛과 질이 좋은 한식간장들이 정말 많이 있습니다. 조금만 고개를 돌려서 간장에 관심을 가지고 자세히 보게 된다면 좋은 간장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지요."
“한식간장을 구입해서 다양한 식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만들어 드셔보세요”
Q. 간장을 우리 식생활에 건강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나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인근의 맛있는 부엌에서 ‘제철음식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식생활문화를 포함한 음식교육을 하고 있어요. 여기 항아리들에 담가놓은 간장만으로도 얼마든지 수많은 음식들을 아주 다양하게 365일 내내 가르칠 수 있어요.
한 가지 간장만을 가지고 이용한다고 하더라도 맛이 전혀 지루하지 않지요. 우리나라는 특히 사계절이 뚜렷하고 또 남북으로 길어서 굉장히 다양한 식재료들이 나오고 있는데, 여기에 우리의 간장이 더해져서 정말 무궁무진하고 맛있는 음식이 나오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온갖 첨가물을 넣어서 맛을 내는 조미료를 구입하는 것보다, 한식간장을 구입해서 다양한 식재료의 맛을 살리는 음식을 해 먹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요.
간장과 들기름, 참기름, 고춧가루하고 깨소금 등의 여러 조합으로 서양의 소스 같은 양념을 만들 수 있어요. 여기에 단맛을 첨가하고 싶으면 조청이나 꿀, 설탕을 넣어도 되고 과즙을 넣어도 되고, 신맛을 첨가하고 싶으면 식초, 레몬즙 등을 넣으면 되구요. 이런 방식으로 다양하게 변화를 주면서 한 가지 식재료로도 여러 가지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것이지요."
시중에는 많은 간장들이 유통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상당수를 차지하는 것이 ‘혼합간장’이다.
혼합간장의 주 원료인 산분해간장은 제조기간이 2~3일 이내로 미생물 발효과정이 없다. 이렇게 만들어진 산분해간장은 양조간장과 섞여 혼합간장이 된다. 이 혼합간장이 바로 우리가 먹는 ‘진간장’이다. 이에 고은정 이사는 조금만 관심을 두어도 얼마든지 우리 고유의 한식간장을 소비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미 많은 소비자들은 ‘간장’이라고 쓰인 수많은 제품 앞에서 망설여 왔다. 다수의 간장을 어떻게 구별하면 좋을지에 대한 논의는 많이 있었지만, 애초에 그것들을 ‘간장’으로 부를 수 있는지의 여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인 것이다.
한식은 단품 요리가 아니라 다양한 반찬이 담긴 한 상으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오랜 시간의 정성이 들어간다. 자연이 빚어낸 발효 식품은 첨가물로 흉내내기 어려운 본연의 깊은 맛을 낸다. 그중 콩, 소금, 물로 만들어지는 간장의 경우 평균 3개월 이상 숙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장기간 이어지는 고물가 현상으로 집밥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 시간과 돈은 줄이고 식사에 들이는 정성을 늘리는 것이다. 내가 차린 밥상에 조금 더 귀를 기울이고 싶다면, 매대에 서서 간장의 뒷면을 확인하는 습관을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
김제니 장독대뉴스 기자 jennykim.jd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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