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장·된장·고추장 직접 맛보고 요리하며 한국 발효 문화까지 경험
K-푸드에 대한 세계인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한국의 간장·된장·고추장을 해외에 알리는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제품을 소개하고 맛을 설명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직접 맛보고, 만들고, 요리하면서 한국의 장을 이해하도록 하는 ‘체험형 장문화 홍보’가 해외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올해 카자흐스탄 알마티와 호주 시드니,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장 관련 프로그램도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 참가자들은 간장·된장·고추장을 직접 맛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장을 이용해 음식을 만들었다. 장의 역사와 발효 원리를 배우거나 한국 전통주와 함께 맛보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특히 이들 프로그램은 간장이나 고추장을 각각의 ‘K-소스’로 소개하기보다 간장·된장·고추장을 ‘한국의 장’이라는 하나의 식문화 안에서 보여줬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세계가 한식에 빠졌다…장에도 열린 기회
해외에서 장을 직접 경험하도록 하는 프로그램이 확대되는 배경에는 높아진 한식에 대한 관심이 있다. 한식진흥원의 ‘2024 해외 한식 소비자 조사’에 따르면 해외 소비자의 한식 만족도는 90% 이상으로 나타났다. 특히 동남아시아 지역의 한식당 방문 경험 비율은 84%였으며, 오세아니아 지역에서도 한식 경험 비율이 50%를 넘어섰다.
이러한 관심은 농식품 수출에서도 나타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5년 농식품 수출액은 104억1,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3% 증가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소스류 수출액은 4억1,190만 달러로 전년보다 4.6% 증가했다.
간장은 해외 소비자에게 이미 ‘soy sauce’라는 이름으로 익숙하다. 그러나 한국의 전통 간장은 단순한 조미 소스를 넘어 된장과 함께 만들어지고 활용돼 온 장문화 속에서 차별성을 갖는다.
콩으로 만든 메주를 소금물에 넣어 발효시킨 뒤 장을 가르면 액체는 간장이 되고 건더기는 된장이 된다. 하나의 발효 과정에서 간장과 된장이 함께 만들어지는 것이다. 여기에 고추장이 더해지면서 한국의 장은 각각 다른 맛과 쓰임을 가진 독특한 발효 식문화를 형성해왔다.
2024년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에 등재되면서 이러한 문화적 가치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도 장을 단순히 한국산 소스로 소개하기보다 그 안에 담긴 발효와 음식문화까지 함께 전달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알마티, ‘삼색 소스’로 장을 만나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는 현지에서 판매되는 장 제품과 고려인 인플루언서를 연결했다.
주알마티 대한민국 총영사관은 농림축산식품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와 공동으로 지난 4월 22일 알마티에서 ‘K-Cooking Show: 한국 삼색 소스의 마법’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음식·패션·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고려인 인플루언서 10명이 참여했다.
행사에서는 현지에서 유통되는 된장·고추장·간장을 ‘삼색 소스’로 소개하고 관저 요리사가 이를 활용해 된장찌개·불고기·오이 겉절이를 만드는 과정을 시연했다.
참가자들은 오이겉절이를 직접 만들고 완성된 음식을 한국 전통주인 막걸리와 함께 맛봤다. 장을 한국 음식에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동시에 한식과 전통주의 조합까지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시드니·방콕, 맛보고 만들며 배우는 ‘Taste of Jang’
시드니와 방콕에서는 강의와 시식, 요리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한식진흥원은 주시드니한국문화원·주태국한국문화원과 함께 지난 5월 6~7일 시드니, 10~11일 방콕에서 한국의 장을 주제로 한 한식 체험 프로그램 ‘Taste of Jang’을 진행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이 후원하는 ‘2026 투어링 케이-아츠(Touring K-Arts)’ 사업의 하나로,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의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를 계기로 마련됐다.
시드니에서는 현지 한식 프로그램 참가자 60명을 대상으로 약 3시간 동안 수업이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간장·된장·고추장에 대한 설명을 듣고 각각의 장을 직접 맛본 뒤 이를 활용한 한식 요리를 만들며 장맛과 활용법을 익혔다.
방콕에서도 현지 미디어 관계자와 일반 참가자 40명이 간장·된장·고추장의 특징을 배우고 각각의 장을 맛봤다. 직접 고추장을 만들고 삼색나물을 조리하는 프로그램도 마련돼 장이 실제 한식에서 어떻게 사용되는지를 경험하도록 했다.
마닐라, 미래의 셰프들에게 장문화를 전하다
필리핀에서는 미래의 조리 전문가들이 한국 장을 만났다.
주필리핀한국문화원은 지난 6월 2일 데 라살-산 베닐 대학교 호텔·레스토랑·기관경영학부, CJ제일제당과 함께 한식 강연·워크숍 ‘Flavors of Wellness’를 개최했다.
프로그램에서는 된장·간장·고추장의 맛과 활용법뿐 아니라 한국 장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도 함께 소개했다. 현지 조리 전공 학생들은 된장국과 제육볶음, 불고기 등을 직접 만들며 각각의 장이 실제 한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경험했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체험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앞으로 외식·조리 분야에서 활동할 학생들에게 한국의 장을 소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소스’를 넘어 ‘장문화’를 경험하게 한다
알마티와 시드니, 방콕, 마닐라의 프로그램은 참가 대상과 운영 방식은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장을 ‘설명하는 것’보다 ‘경험하게 하는 것’에 무게를 뒀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은 장의 특징이나 전통성에 대한 설명을 듣는 데 머물지 않고 직접 맛보고 음식에 사용했다. 특히 간장 하나만을 소개하기보다 된장·고추장과 함께 경험하도록 해 각각의 장이 지닌 맛과 쓰임, 그리고 그 바탕에 있는 한국의 발효 식문화를 함께 전달했다.
지역과 대상에 따라 체험 방식도 달랐다. 알마티에서는 현지에서 실제 판매되는 장 제품과 고려인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일상적인 장 활용법과 전통주 페어링까지 보여줬다. 시드니와 방콕에서는 강의·시식·요리를 결합해 장을 오감으로 이해하도록 했으며, 마닐라에서는 조리 전공 대학생들에게 장의 역사와 문화적 의미까지 전달했다.
고은정 전통장 음식연구가는 “장은 맛을 설명하는 것만으로는 제대로 알리기 어려운 음식이다. 직접 맛보고 요리해봐야 간장과 된장, 고추장이 각각 어떤 맛을 내고 음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다”며 “특히 한국의 간장과 된장은 하나의 장 담그기 과정에서 함께 만들어지는 만큼 개별 소스로 소개하기보다 한국의 발효문화라는 맥락에서 함께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해외 소비자들이 장을 한식에만 사용하는 재료로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이 평소 먹는 음식에도 활용해보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그래야 한국의 장이 해외 소비자의 식생활 속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한국의 장이 ‘soy sauce’, ‘fermented soybean paste’, ‘chili paste’라는 개별 소스의 이름을 넘어 하나의 식문화로 이해되기 시작했다. 이제 장의 세계화는 제품을 수출하는 것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현지 사람들이 직접 맛보고 요리하고, 자신의 식탁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경험이 한국 장문화가 세계인의 일상으로 들어가는 또 하나의 길이 되고 있다.
장독대 / 김제니 기자 jennykim.jd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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