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좋고, 물 좋은 별내면의 '뜰 안에 된장'을 다녀와서

남양주 별내에 있는 ‘뜰안에 된장’에 다녀왔습니다. 오랜만에 가까운 곳으로 다녀올 수 있었던 따뜻한 봄날이라 그런지, 많은 회원들이 참석해 주셨어요. 우리 장의 생산지를 다녀보면, 콩으로 만든 메주, 소금, 물로만 담그는데도 똑같은 장이 하나도 없습니다. 신기하게도, 조금씩 다른 방식으로 개성 있는 장을 만들어가고 계십니다. 그런데 그중에 하나, 꼭 닮은 점이 있습니다.
산 좋고, 물 좋고, 청명한 하늘이 훤히 보이는 빼어난 풍경과 예쁘고 정성스러운 뜰입니다. ‘뜰안에 된장’도 문을 열고 들어서면, 초록 잔디밭 위에 작은 테이블과 의자가 아늑하게 놓여 있고, 정갈한 모과나무와 정원수들이 참 다정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시선을 돌리는 곳마다 가득한 장독대가 보였는데, 무려 1,200개나 된다고 하네요.

감탄이 절로 나오는 꽃밭과 텃밭을 지나 체험 교육장에 모이니, 이순규 대표님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체험 교육장을 둘러보니, 공간이 가진 내공의 깊이가 고스란히 느껴졌어요. 곳곳에는 우리 장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든 홍보물들이 배치되어 있었고, 시식과 체험, 판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동선도 잘 짜여 있었습니다. 역시나, ‘된장 쉽게 담그기’라는 책을 내셨을 만큼, 이순규 대표님은 교육 활동에도 진심이셨습니다.

사단법인 간장협회의 우춘홍 대표이사님의 인사와 소개로 ‘뜰안에 된장’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순규 대표님은 ‘대를 이은 장인의 맛’이라는 슬로건 아래, 친정어머니의 장맛을 이어가고 계십니다. 어머니의 장맛을 대량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하면서도, 그 맛을 변함없이 유지하기 위해 메주를 만드는 것부터 하나하나 다져오셨다고 합니다.

대표적인 장은 바로 ‘쩜장’입니다. 쩜장은 잘 띄운 메주를 거칠게 부순 메줏가루를 물에 섞어 3일 동안 숙성시킨 뒤, 고슬고슬 지은 보리밥, 고추씨 가루, 소금을 넣어 반죽합니다. 이 반죽 과정은 1시간이 넘게 걸릴 정도로 손이 많이 가는데, 지금은 기계를 이용해 보다 효율적으로 작업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잘 섞은 반죽을 항아리에 담아 18개월 동안 발효시키면 ‘쩜장’이 완성됩니다.

이 쩜장에서 보리밥의 역할을 발견해, 별도로 보리메주를 만들어 장을 담글 때 함께 넣은 것이 바로 보리된장과 보리간장입니다. 이순규 대표님은 그 밸런스를 찾아내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셨다고 해요. 쩜장을 너무 많이 담갔다가, 시간이 지나 묵은장이 되면서 판매가 되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로부터 "춘장의 풍미가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듣고, 묵은장을 ‘항아리 춘장’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소개했습니다. 지금은 ‘보배장’이라는 이름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효자 상품이 되었다고 합니다. 정말 발효의 힘이자 매력 아닐까요?

처음에는 부모님의 고생을 보며 만류만 했던 자제분들도 지금은 함께 가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자제분들은 전통 장을 적극 홍보하며, 요즘 소비자들의 입맛과 성향에 맞춘 소스와 식품들을 개발해내고 있습니다. 진정 ‘대를 이은 장인의 맛’이라는 말이 실감났습니다. 특히, 우리 장 사업에 회의적이었던 아드님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를 보고, 어머니의 수고가 얼마나 값진지 깨닫고, ‘뜰안에 된장’을 잇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대표님의 환한 웃음에서 그 기쁨이 고스란히 전해졌어요.
우리 장 생산지의 또 하나의 공통점, ‘대를 잇는 장인의 맛’. 우리 장의 차세대 대표님들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하며, 우리 간장협회에도 조만간 차세대 모임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감사합니다. ^^
장독대 / 박재영 기자 jaeng321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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