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과 어울리는 우리술

깊어지는 가을, 울긋불긋 물들어가는 나무들을 보며 단풍 구경 계획 세우고 있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첫 단풍은 산 정상에서부터 약 20%가량 물들었을 때를 말하고, 단풍 절정은 산 전체의 80%가 물들었을 때를 가리킨다. 올해는 이번 주말부터 다음 주말까지 가을 단풍이 절정일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가을에는 특별하게 곱게 물든 단풍을 감상하면서 그 지역의 전통주도 함께 찾아서 즐긴다면 일석이조의 여행이 되지 않겠는가? 각 지역의 단풍명소와 함께 가을 정취 가득한 전통주 5가지를 소개한다.
설악산의 공기를 담은 ‘동짓달 기나긴 밤’

가을 단풍 명소로 손꼽히는 곳 중 하나가 바로 강원도에 위치한 설악산이다. 울긋불긋 붉게 물든 단풍이 10월 중순에서 11월 초 사이에 절정을 맞이한다. 단풍 절경이라고 하면 설악산에서 보이는 화려한 풍경이 바로 딱 어우러지는 단어가 아닐까 싶다. 강원도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단풍을 구경한 뒤,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예술 양조장의 동짓달 기나긴 밤으로 여운을 더하는 것도 좋다.

동짓달 기나긴 밤은 예술 양조장에 걸맞게 감성적인 이름이 눈에 띄는데, 이름처럼 오랜 시간 발효와 숙성을 거쳐 깊고 풍부한 맛을 자랑한다. 특히 레드 와인에 버금갈 정도의 고운 색감은 눈으로 먼저 즐기게 되고, 쌀과 복분자로 빚어 복분자의 깊은 풍미와 은은한 단맛을 부드럽게 느낄 수 있다. 이 약주는 특히 드라이한 맛 덕분에 장어구이와 궁합이 좋다. 가을의 정취와 어우러진 이 약주는 설악산의 청명함과 잘 어울린다.
경주의 역사와 감성이 그대로 담긴 ‘남산애’

경주에 위치한 불국사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국내 대표적인 사찰로, 매년 가을이면 붉고 황금빛으로 물든 나무들이 사찰 주변을 화려하게 장식한다. 불국사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단풍과 어우러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특히, 석가탑을 배경으로 한 단풍은 누구나 한 번쯤 보고 싶어 하는 가을 풍경이다.

불국사와 가까운 경주 남산 자락에 위치한 예인화원에서 생산되는 남산애는 포도 100%로 만들어진 과실주이다. 여름이 지나도 수확하지 않고 가지에 매달린 채로 당도를 높인 포도로만 만들어져, 매년 달라지는 블렌딩 비율이 테이스팅의 재미를 선사한다. 캠벨과 머루가 이상적으로 배합되어 색감과 맛이 풍부하며, 중간 바디감으로 감칠맛이 돋보인다. 베리류의 은은한 향과 우아한 여운을 남기는데, 너무 달지 않으면서도 깊이 있는 맛을 지녔다. 양고기 스테이크, 생선요리와 페어링하기 좋고, 디저트 와인으로도 훌륭하다.
대나무를 품은 130년의 전통 ‘죽력고’

전북특별자치도 내장산은 이름 그대로 ‘내장(內藏)’이라는 의미처럼, 산 속 깊이 단풍이 물드는 가을 명소로 유명하다. 내장산의 단풍은 특히 잎이 넓고 선명한 붉은 빛을 띠어 다른 지역과는 또 다른 매력을 자아낸다. 가을이 되면 산 전체가 울긋불긋하게 물들어, 마치 산을 온통 감싸 안은 듯한 풍경을 선사한다. 내장산의 단풍을 감상한 후에는 정읍에 위치한 태인 양조장에 들러보는 것도 좋다. 태인양조장의 죽력고는 조선 3대 명주 중 하나로, 송명섭 명인이 130년간 4대에 걸쳐 이어온 전통주이다. 전라북도 무형문화재로도 지정된 이 술은 그 자체만으로도 깊은 역사와 가치를 지니고 있다.

푸른빛과 황금빛이 섞인 투명한 색감을 지닌 죽력고는 은은하게 퍼지는 대나무 향과 부드러운 목넘김으로 고급스러움을 자아낸다. 특히 해산물 요리나 전골과 함께 한다면 그 맛을 한층 더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내장산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 뒤, 죽력고 한 잔을 곁들이면 그 여행이 더욱 가치 있게 느껴질 것이다.
가평의 쌀로 빚어낸 ‘가평소주’

서울 근교에서 가을 단풍을 만끽할 수 있는 명소로 강원도 춘천의 남이섬을 꼽을 수 있다. 예쁘게 물든 단풍과 자연 속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최적의 장소이다. 특히 남이섬의 메타세쿼이어 길은 붉은 단풍으로 물들어 대표 포토존으로, 가을을 배경으로 멋진 사진을 남기기에 좋다.

물 맑고 풍경 좋은 남이섬과 인접한 위치에 전통주를 만드는 우리도가 양조장이 있다. 우리도가 양조장의 가평소주는 가평의 쌀로 빚어낸 증류식 소주로 쌀 고유의 풍부한 풍미를 느낄 수 있다. 한 모금 마시면 부드럽게 넘어가면서도 은은한 향이 퍼지는 것이 특징이다. 전이나, 족발 같은 한식 메뉴와 페어링하기 좋다.
감악산의 달콤한 비밀 ‘머루드서 스위트’

등산을 즐기면서 단풍을 만끽하고 싶다면 파주의 감악산 등산로를 추천한다. 감악산을 오르다 보면 마주하게 되는 출렁다리는 설마리 골짜기를 연결해 감악산을 하나로 이어주는 다리이다. 발 아래로 펼쳐진 절경과 함께 스릴 넘치는 경험을 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특히,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감악산의 붉게 물든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 단풍철에 더 매력적인 등산코스이다.

감악산 중턱에 위치한 산머루농원은 청정 지역인 감악산에서 재배된 100% 국산 산머루로 만든 와인을 만든다. 그렇게 해서 빚어진 머루드서 스위트 와인은 감악산의 큰 일교차 속에서 길러진 산머루를 사용해 신맛이 적고 당도가 높은 것이 특징이다. 5년 이상 숙성되어 부드러움이 극대화된 이 와인은 다크레드 컬러가 매력적이다. 머루의 매력을 가득 담고 있어 볼로네제 파스타나 피자와 잘 어울린다.
울긋불긋 아름답게 물들어버린 단풍을 보면서 우리나라의 전통주를 함께한다면, 더욱 특별한 단풍 여행이 되지 않겠는가? 단풍명소에서 그 지역의 전통주와 맛있는 음식까지 함께 한다면 올 가을의 정취를 더 깊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김제니 장독대뉴스 기자 jennykim.jd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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